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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의 기원
문희원 2018-12-02 21:42:11 212

 

사유의 기원

 

나는 책을 사랑한다. 읽고, 생각하고, 실천하는 것이 밥을 먹듯이, 커피를 마시듯이, 나의 삶의 일상이기를 바라고 이 시간을 무한 즐긴다. 뜻밖의 행운이 나에게로 날아와 학교를 잠시 떠나 '일본 속의 한민족사'라는, 지금 생각해도 거꾸로 된 듯한 이름의 탐방단에 합류하게 되었다. 깊은 인상으로 남아 있는 고류지(광륭사)의 미륵보살반가사유상을 중심으로 감회를 풀어보려 한다.

가이드의 친절한 설명과 안내는 버스 안에서도, 밖에서도 한결같이 계속되었다. 가이드는 한민족사 탐방이라는 제목에 맞추어 선발하여 배치했을까라는 의문이 들기에 충분했다. 일본이라는 나라의 역사뿐만 아니라, 복지제도, 과속방지턱, 주차문제, 식사문화, 의약품 등 일본, 일본인에 대해 알고 있는 모든 것을 아낌없이 퍼붓는 느낌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흔하게 보이는 풍경이 일본에서는 극히 보기 어려운 여러 가지 사회 문화 현상까지 설명하여 매일 인식의 폭을 넓혀주었다. 니조성 탐방을 마치고, 고류지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가이드는 고류지 탐방 예절에 대해 조심해 줄 것을 누누이 강조했다. 아주 엄격한 할아버지가 지키고 있다고. 불상을, 불상을 모신 절을 정면에서 바로 보는 것조차 모독이라고 생각하고 당장 달려와 저지한다고.

나에게 고류지는 황금빛 정원으로 기억되고 있다. 아! 지금도 생각하면 고요하고 찬란한 황금빛 정원이 눈앞에 선하다. 경내에 들어서서도 국보 1호가 모셔져 있다는 절 앞에서 줄을 서서 한참을 침묵 속에서 기다려야 했다. 긴 기다림 속에 내 안에까지 담을 수 있었던 풍경을 지금도 고마워한다. 가을빛이 나무마다, 나뭇잎마다, 작은 연못 물빛에, 이끼에까지 스며들어 온통 황금빛으로 찬란했다. 귀한 것을 귀하게 여기는 그들의 마음을 보는 듯 했다.

기다림은 차분히 마음을 가라앉게 해 주었고, 드디어 그들의 국보 1호를 마주하게 되었다. 대단히 화려하지 않아 온전히 감상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십이지상과 다른 불상들과 나란히 있으면서, 중앙에 조금 더 넓은 자리에 모셔져 있었다. 어둡게 느껴지는 실내 한가운데 의자가 놓여 있어 서서도 앉아서도 한참을 바라볼 수 있었다. 불상에서도 얼핏 검은 듯 붉은 색이 감도는 황금빛 기운이 있었다. 나무가 천 오백년 동안 존재할 수 있구나. 나무가 천 오백년을 인내하면 저 빛이 나는구나. 나무에 대해서는 다음에 더 공부해 보고 싶다.

나무여서일까. 미륵의 미소가, 기운이, 부드럽고 온화했다. 천 오백년 전, 인류는 사유하는 인간을 왜 만들었을까? 사유는 인간의 삶에 어떤 의미일까? 사유의 기원을 생각하게 했다. 그들이 지향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칼 야스퍼스의 말을 인용하면, 이 불상은 “지구상의 모든 시간적 속박을 초월해 도달할 수 있는, 인간 존재의 가장 정결하고 원만하며 영원한 모습의 상징이다.” 사유는 인류가 지향하는 곳으로 흐른다. 천 오백년 전의 인류가 미륵보살의 미소에 사유하는 모습에 인간적 삶의 초월적 자유에 대한 희구를 담지 않았을까? 어쩌면 지금을 살고 있는 우리들의 지향이 이것이므로 유추해 본다.

신라의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과 일본의 목조반가사유상의 제작 시기와 영향 관계는 훌륭한 역사학자들이 규명해 줄 것이므로 나의 사유 대상은 아니다. 그리고 일본인들이 돌에 새겨진 기록(증거)을 지운 흔적만으로도 신라의 영향을 받았음을 반증하는 것일테니 밝혀지리라 믿는다. 그것보다 나의 머릿속에 오래 머무는 생각은 우리가 지키지 못했던 우리의 문화 유산을 일본에서 대면했다는 것이다. 그것도 목조로 만들어진 불상을, 목조로 건축된 오층탑을, 너무나 즐비한 문화재들을. 영향을 받았으나, 그 문화를, 아름다움을 장구한 세월 동안 지켜냈고, 세계인들에게 개방하여 함께 공유하고 있었다. 우리나라의 도공들이 전란 중에 일본으로 끌려갔으나 스스로 돌아오지 않은 맥락으로 생각이 이어져 한참을 부끄러웠다. 금속활자도 세계 최초이고, 한글이라는 위대한 문화유산을 가졌지만 그것을 이로운 곳에 쓰는 데는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 훌륭한 문화유산을 창조했으나 평등으로, 자유로 이어지지는 못했던, 유물이든 사람이든 제 것을 지켜내지 못했던 아픈 역사를 생각한다.

나의 삶에, 우리들의 삶에, 읽고, 생각하고, 실천하고 연대하는 삶이 지속되길 빈다. 우리나라의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도, 일본에 있는 목조반가사유상도, 불상은 지금도 앉은 자리에서 자세를 고치지 않고 사유하고 있을 것이다. 미동하지 않으나 그의 사유는 인간의 사유를 초월한 곳에 다다를 것이다.(끝)

  일본 속의 한민족사탐방에 만난 일본인
  세토나이가이를 가로지르는 조선통신사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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