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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속의 한민족사 학술지

'역사에 대한 인식은 미래를 반영하는 거울' 한일 고대사를 제대로 알고 이를 학생들과 이웃, 후세들에게 정확히 전달해 올바른 역사관을 형성하고 세계 속에 당당한 한민족으로 우뚝 설 수 있길 기대합니다.

 


<고대 일본 건축문화의 이해> 고대 일본 건축문화의 이해 - 양윤식
이름 :
양윤식
소개:
한얼문화유산연구원 원장
서울대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국립문화재연구소를 거쳐 현재 재단법인 한얼문화유산연구원장과 명지대 객원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경기도문화재전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의 고건축』 등 각종 조사연구보고서를 통해 한국 전통 건축의 특성과 기법을 규명하고, 건축문화재를 과학적으로 보존 관리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데 몰두하고 있다. 2000년 창산문화재학술상을 수상하였다.
E-mail :
coreyys@yahoo.co.kr

 

고대국가 건축 발전의 조건

건축은 지역과 시대를 대표하는 문화이다. 건물을 만들기 위해서는 쓰임새를 고려하여 모양을 결정하고 그것을 재료와 구조 기술을 통해서 실현하여야 한다. 따라서 건축은 그 지역의 풍토조건에서 연유하는 재료와 그것을 활용하여 원하는 모양을 이루어낼 수 있는 기술자를 필요로 한다. 세계 어느 지역을 막론하고 선사시대의 건축에서 볼 수 있는 토착성과 원시성은 풍토조건에 적응하는 건축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러한 선사건축의 토착성과 원시성은 고대국가로 접어들면서 획기적인 변화를 보여준다.

고대사회는 활발한 문물 교류의 시대였다. 그것은 강력한 지배세력이 등장하면서 지역의 한계를 뛰어넘어 주변국과 다양한 관계를 맺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고대국가에서는 다른 어느 시대에도 경험하지 못한 활발한 외래 문물의 유입을 실현했으며, 그 결과 건축에서도 전에 없던 새로운 구조기법이나 재료의 구사 등 비약적인 발전이 이루어졌던 것이다. 이렇게 해서 얻어진 새로운 문물은 빠른 속도로 후진 지역에 전파되었다. 고구려의 선진 문물은 바로 백제, 신라로 전파되었고, 또 일본으로 전해졌다.

특히 동아시아에서 불교의 전래와 사원의 건립은 각 나라의 원시적인 고유성을 탈피하여 국제적인 건축의 보편성을 획득하는 데 중심적인 역할을 하였다. 이전부터 축적되어온 토착적인 기술 위에 주변국의 앞선 건축술이 도입되어 본격적인 목조건축의 시대를 열었다.

강력한 왕권과 국가 조직을 갖춘 고대국가가 출현하면서 건축의 모습은 그 이전시대와 질적으로 다른 모습을 갖게 된다. 이 시기 건축의 가장 특징적인 모습은 전제 왕권에 모든 생산력이 집중되어 건축에서도 철저히 전체적으로 계획된 건축이 만들어지게 된다는 점이다.

궁궐이나 사원과 같이 고도로 복잡한 건축물은 그것을 설계하고 시공을 주도할 수 있는 지도적 기술자를 갖지 않으면 조성이 불가능하다. 삼국유사에 보면 신라의 황룡사 9층탑 공사에 백제의 아비지가 초청되어 장인 200명을 거느리고 탑을 만들었다는 내용이 전하고 있다. 이는 찰주본기의 기록에서도 확인되어 단순한 설화가 아닌 역사적 사실임이 증명되었다. 당시의 지도적 기술자는 최고의 과학기술을 몸에 익힌 전문가였고, 그에 의해 천문지식이 건축설계에 응용되고 고도의 역학적 실험이 실현되었으며, 창의적인 건축물이 과감히 고안되었다.

 

건축기술자의 파견과 배치형식의 전래

아스카(飛鳥)절은 일본 최초의 사찰이다. 백제인들에 의해 경영된 이 사찰은 592년에 불당과 회랑을 기공하였다. 593년 탑의 심주를 세울 때에는 100여명이 백제의 복색을 하고 참여하였고, 백제에서 보내준 불사리를 심초에 봉안하였다고 한다. 606년에 장육석가상인 아스카대불을 본존으로 모셨는데, 이 불상은 백제사람 구라쓰쿠리도리(鞍止利)가 조성한 것으로.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동불이다. 아스카절이 이루어짐으로써 이제까지 보지 못하던 웅장한 사찰이 일본에 등장하게 된 것이다.

『일본서기』에 따르면 588년(백제 위덕왕 35년)에 소가노우마코(蘇我馬子)의 요청에 따라, 백제에서 승려 혜총(惠聰)과 영조(令照)를 보내 아스카데라(飛鳥寺) 창건에 대한 전반적인 지도를 담당하였고, 기술적인 지도는 사공(寺工) 태량미태·문고고자, 노반박사(露盤博士) 장덕·백매순, 와박사(瓦博士) 마나문노·양귀문·능귀문·석마제비, 화공(畵工) 백가 등 백제로부터 파견되어 온 공인들이 하였음을 말하고 있다. 이러한 기록으로 보아 일본 최초의 사찰은 백제의 건축기술자에 의해 이룩된 것을 알 수 있다.

이 사찰은 탑을 중심으로 북쪽과 동서쪽에 금당이 있는 소위 1탑3금당으로 이루어졌고, 회랑과 중문, 남문을 갖춘 정연한 배치가 특징이다. 이러한 형식의 시초는 고구려 청암리사지에서 보이는 것으로 고구려의 사찰 배치형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아스카지의 사찰 배치는 고구려의 영향이고, 건축은 백제인들에 의해 이루어졌다는 이야기가 된다. 아스카지 준공(596년) 후에 고구려 승려 혜자(慧慈)와 백제의 승려 혜총 두 사람이 주지로 임명되었던 것에서도 아스카지는 고구려와 백제의 문물이 함께 영향을 미쳤던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사정은 고대국가의 문화가 규범의 성립을 특징으로 한다는 점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불교는 고구려를 시작으로 한반도에 수용되어 백제와 신라로 전파된 점을 고려하면 당시의 배치형식은 규범적으로 적용되었던 것으로 이해된다. 따라서 일본 최초 사찰에서 고구려식의 질서정연한 배치와 백제식의 건축기술이 조화를 이룰 수 있었던 것이다.

 

건축기법과 세부 의장

호류지(法隆寺)는 금당 약사불의 광배에 의하면 스이코 천황 15년인 607년에 쇼토쿠(聖德) 태자가 창건한 절이다. 백제계의 주도로 창건된 사찰이지만 담징의 벽화로 대표되는 고구려 건축의 영향과 금당의 세부 의장에서 신라의 영향도 살펴볼 수 있다.

건축기법은 계통에 의해 전수되며 시대적 특성을 지니는 것이기 때문에 기법의 변화를 통해 건축양식의 변화를 구분하기도 한다. 특히 기둥 상부에 만들어지는 공포는 건축의 시대성을 대표하는 것이다. 호류지에서 보이는 공포의 세부기법은 삼국시대의 건축 유구와 동일하다. 특히 접시 받침을 갖춘 주두와 소로의 모습은 고구려 고분에서 볼 수 있는 건축의 세부와 같은데, 이러한 세부 기법은 법기사의 목탑에서도 그대로 나타나는 것으로 보아 당시 유행하는 기법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또한 운형첨차는 그 형태가 매우 독특하여 유례를 찾기 어려운데, 이러한 운형첨차의 모습을 고구려의 고분벽화와 백제금동탑편에서 볼 수 있어 그 계통의 연원을 삼국에 두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고구려계 건축물 요소 중 가장 두드러지게 눈에 뜨이는 것이 배흘림기둥이다. 금당, 오중탑, 중문과 회랑의 기둥들이 다 배흘림으로 다듬어져 있다. 배흘림기둥은 서역에서 불교와 더불어 도입되었다고 보는데, 이 기둥의 기법은 우리나라에선 보편적으로 보급되어 12세기 이후까지도 성행되는 경향이었다. 일본에서는 백제인이나 신라나 고구려인들이 경영한 건축물에서만 보인다. 금당과 오중탑은 처마 밑에 덧달아낸 부설물에 가려서 기둥의 모습을 보기가 쉽지 않으나 중문과 회랑에서는 배흘림기둥을 자세히 볼 수 있다.

한편 호류지 금당의 천개는 감은사탑에서 출토된 사리장치의 모습과 흡사하여 신라와의 교류에 의한 유구로 여겨진다.

호류지의 세부 의장에 미친 삼국의 영향을 대표하는 유구는 금당의 벽화라고 할 수 있다. 이 벽화는 고구려의 승려 담징으로 대표되는 고구려계 화공의 산물이다. 『일본서기』 스이코 12년(604년)조에는 황서화사(黃書畵師), 산배화사(山背畵師)에 대한 기록이 있는데 황서화사는 고구려계이다. 고구려 출신 화가들은 호류지 외에도 여러 절의 불상그림을 그렸다.

이 외에도 호류지에서 출토된 와당은 삼국의 와당과 흡사하여 세부 의장의 세밀한 부분까지 삼국의 문화가 적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아스카(飛鳥)문화의 융성을 대변하는 아스카지나 호류지의 배치, 건축구조, 세부기법, 장식과 의장은 삼국의 영향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는 사례로서, 고대적 건축규범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는데, 그러한 규범은 외래의 것이었고 그 주인공은 한반도계의 도래인이었다. 이러한 고대적 규범은 헤이안시대에 가서야 확립되기 시작하는 일본의 고유성이 발현되는 기초를 형성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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